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보고... 하...
결론부터 말하겠다
"실망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읽은 책인 만큼 더 크게 실망했다
한 줄 평
"책에서 느낀 감성을 반도 못 느끼게 그저 편하게만 만든 소설 겉핥기식 영화..."
먼저 포스터를 보자...
음... 나라마다 책표지가 다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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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 소설의 겉표지는 그림이 아닌 평범한 체형의 모자 쓴 노인의 뒷모습이었다...
이렇게 보니 또 맞는 캐스팅 같기는 한데...
그래도 난 국내판 소설 겉표지의 이미지대로 우직하고 듬직한 느낌의 노인을 상상하며 책을 읽어 나갔는데
이건 그냥 배 나온 대머리 꼰대 할아버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배우 캐스팅에서부터 실망하고 들어간다
원작 소설에서는 젊은이의 멱살을 휘어잡을 정도의 완력과 덩치를 표현하고,
항상 정해진 루틴대로 생활하고, 계획적이고, 우직하게 사는 캐릭터인데...
국내판 소설 겉표지에서처럼 이렇게 듬직한 체구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보라... 이 얼마나 듬직하고 우직해 보이는가
2022년 넷플릭스에서 미국판으로 만들어진 '오토라는 남자'에 캐스팅된 배우 톰행크스
이 분이 나의 상상 속 이미지에 더 부합하는 것 같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 걸로 다시 함 봐야겠다
스웨덴 소설이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2016 유럽영화상에서 유러피안 코미디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게 코미디상을 받을 정도라고?
유럽에 웃긴 영화가 그렇게 없나...
개인적으로 소설을 보며 가장 크게 소리 내어 웃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도로에서 만난 벤츠를 재수 없게 운전하는 사람을 마트 주차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딱 2자리가 붙어서 남아있던 주차 자리 앞을 가로막은 뒤 반대편에서 늦게 들어오던 다른 차가 먼저 주차하도록 방해하는 데 성공하는 꼬시면서도 매우 재밌던 장면
오베의 우악스러운 성격과 더불어 매우 통쾌하고 재미있던 이 신을...
영화에서는 그냥 통편집...
코미디 상을 받을 정도면 가장 웃긴 장면은 포기하지 말았어야지...
왼쪽부터 오베의 친구였던 '루네'의 아내 '아나타', 오베가 자전거를 고쳐주는 청년 '아드리안', 기차역에서 사람을 구한 오베를 인터뷰하려는 신문기자 레나, 오베 집 바로 건너편으로 이사 온 가족 중 남편인 '패트릭', 해맑은 뚱뚱한 이웃집 청년 '지미', 패트릭의 임신한 아내로 이미 두 딸을 가진 이란인 '파르바네', 아드리안의 게이 친구, 아우디를 몰고 다니는 겉멋쟁이 이웃 총각 앤더스, 그리고 그의 개념 없는 금발 여자친구까지...
개인적으로 상상하던 이미지의 배우들이 거의 없었다...
이란인 '파르바네'와, 뚱뚱보 '지미'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진 다 미스 캐스팅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아 항시 악역처럼 등장하는 와이셔츠를 입은 공무원들만큼은 차갑고 재수 없게 생긴 배우들로 잘 캐스팅했다
대체로 서구 영화들을 보면 재수 없는 얼굴들은 참 쉽게 캐스팅할 수 있는 거 같다
컴퓨터를 사려고 점원과 다투며 시작하는 소설 1화의 에피소드를 과감하게 생략한 후
2화에서 2개를 사야 할인해 주는 꽃다발을 사며 불만을 표출하는 오베의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후 아내 '소냐'의 묘지를 찾아가서 그 꽃을 주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원작의 초반부에서는 마치 아내가 옆에 있는 것처럼 말하며 행동하는 오베의 하루가 그려졌었는데
해당 에피소드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오베가 아내 무덤 앞에 도착하며 그녀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씬이 개인적으로는 꽤 인상적이었는데 이 멋진 연출 방법을 이렇게 단순하게 아무 고민도 없이 연출했다는 것부터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이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는 꽤 인상적이었던 씬들이 영화에서는 너무 많이 생략되거나 단순하게 축약되어
그 스토리를 읽었을 때 감성들을 채 다시 느껴보기도 전에 휙 하고 지나가버리는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과거 회상씬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뒤에서 남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던 오베가 오히려 직장 동료의 거짓말로 인해 직장 내에서 도둑으로 몰려서 피해를 입는데 이 와중에 이웃집을 도우려다 자신의 집까지 불타 없어지고 아버지가 유일하게 남겨준 시계까지 훔치려 했던 그 동료에게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한순간에 표출하며 한방 제대로 갈기는 사이다 같은 이 명장면을!!
영화에서는 그냥 양아치가 삥 뜯는 거처럼 억지로 시계를 빼앗다가 한대 얻어맞는 밋밋한 연출로 대체된다
아마도 이러한 빌드업을 연출하게 되면 너무 스토리가 늘어질 질까 봐 내린 선택 같은데...
책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들을 이런 식으로 축소시켜 버리는 건 옳은 선택이 아닌 거 같다
처음 목매달아 자살을 시도하는 씬이 나오는데 저 줄을 봐라...
저 체구로 누가 봐도 끊어질 거 같은 저렇게 얇은 줄에 목매달아 자살 시도를 하는 게 맞는 거냐...
그리고 목을 매달은 순간 주마등처럼 과거 회상씬이 시작되는 것까지는 원작과 같은데
영화에서처럼 그냥 매달려있다가 줄이 뚝 끊어져서 떨어지는 밋밋한 신을 찍을게 아니라
원작에서처럼 바닥에서 누운 상태로 의식을 천천히 회복하며 서서히 눈을 떴을 때 천장에 끊어져 있는 줄을 발견하는 씬으로 만들었다면 더 좋은 연출이 되었을 거다
이렇게 멋진 연출 방법을 소설에서 제시해 주는대도 개무시하고 편하게만 찍는 거다 그냥...
젊은 오베와 그의 아내 '소냐'를 연기한 배우들은 그리 나쁘지 않은 캐스팅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소설대로라면 오베는 멀대보다는 노동으로 단련된 좀 더 늠름해 보이는 체구를 가져야 했다
오베와 소냐의 만남도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데...
원작에서는 기차역 승강장에서 소냐를 보고 첫눈에 반한 오베가 매일매일 그녀와 이야기하기 위해 자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차를 같이 타고 다니며 혼자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일을 석 달 가까이하며 겨우겨우 저녁식사 약속을 한번 잡게 되는 장면인데
영화에서는 그냥 기차 안에서 딱 한번 보고는 몇 달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겨우 다시 한번 만나서 바로 저녁식사 약속을 잡는 밋밋한 씬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갖은 저녁식사 시간, 오베는 자신을 군인이라고 거짓말했던 일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자리를 뜨려 하는데 이때 소냐가 그를 붙잡아 꿈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고, 건설의 대한 꿈을 들은 그녀가 바로 이와 관련된 공부하는 길을 안내해 주며 만남을 이어가고, 자격을 취득하고, 취직까지 하며 결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신을!!!
소설에서는 자리를 뜨려는 오베에게 뜬금없이 그녀가 키스를 갈기는 씬으로 퉁친다...
이건 좀 너무 뜬금없어서 어이가 없었다
겨우 두 번 본 남자가 솔직하게 말한 번 한 걸로 키스를 한다고!??? 흠...
작중 주요하게 여러 번 등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고양이인데
원작에서는 마치 일곱 번은 죽다 살아난 거 같은 상처 많은 외형을 가진 고양이로 묘사되었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그대로 표현한다면 동물 학대로 보이는 게 두려웠는지 그냥 털이 풍성한 평범한 고양이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 고양이가 결국 오베와 한집에서 같이 살게 되는 고양이와 같은 것으로 이어지는데...
원작에서는 오베가 한겨울 집 앞 눈더미에서 고양이 모양으로 생긴 구멍을 보고 발견하는 얼어 죽을 뻔한 고양이가 따로 있다... 이 고양이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오베 옆에 갑자기 나타난 이웃 '페르바네'가 눈 속으로 뛰어들어 구해낸 뒤 오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결국 오베가 이를 키우게 되는 재밌는 씬이었는데...
이 '고양이 모양의 눈구멍'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역시나 영화에서는 겨울 눈을 찍을 돈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를 연출할 자신이 없던 것인지 그냥 페르바네가 정말 얕아 보이는 오베 씨 집 앞 구멍에 안에서 아주 쉽게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고양이를 꺼내며 생명이 위독하다고 호들갑 떨며 억지로 오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정말 어처구니없고 성의 없는 씬으로 대체된다...
원작에서는 이 고양이에게 마치 죽은 아내가 들어와 오베 옆에서 지켜봐 주고 있는 것처럼 의심되게 느껴질 정도로 친밀하고 디테일한 내적 교류를 하는 씬들이 여러 번 묘사되는데...
당연하게도 그런 연출을 할 자신이 없는 영화는 고양이와의 산책 한번 말고는 전혀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그저 속으로만 생각하는 독백형식으로 이루어지던 오베의 감정 묘사들이 전부 대사로 대체가 돼버리는 바람에 정말 할 말만 딱 하는 과묵하고 심하게 불친절한 오베가 너무 많이 유해지고 말이 많아지는 꼰대 할아버지가 되어버렸다...
원작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씬인 페르바네에게 도와달라며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 오베 씨를 볼 때가 바로 내가 읽고 느꼈던 그의 캐릭터성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 영화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버스 사고씬 연출은 아주 영리하고 좋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그의 아내 소냐를 처음 만났던 기차 안에서 오베가 죽고 난 뒤 다시 만나게 되는 엔딩씬과 더불어 내가 이 영화의 연출 씬들 중에 유일하게 맘에 들었던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에서는 임신한 아내와 함께 겪은 끔찍한 버스 사고의 순간을 아주 느리면서도 디테일하게 표현해 내는데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소냐와 오베를 버스 안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활용하여 서로 떼어낸 뒤
그 화장실 내부 씬만을 가지고 사고 장면을 연출해 냄으로써 CG를 쓰지 않고도 영리하게 제작비를 줄였다
결론적으로는 그저 제작비를 줄이는 쪽으로만 고민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그저 말없이 조용하지만 그런 성격인 만큼 화가 났을 때만큼은 불같이 분노하는 오베의 여러 장면들이 영화에서는 너무나도 밋밋하게 그려낸다
감정 과잉이나 자극적인 씬들은 죄다 생략하거나 밋밋하고 간략하게 연출해 버리니 극의 감성이 전혀 없고 그저 소설을 겉핥기식으로 표현한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불치병에 걸린 오베의 친구 루네를 기관으로 데려가려는 와이셔츠를 입은 공무원들에게 인생 처음으로 통쾌하게 한방 먹이는 이 씬마저 원작에서는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계획을 진행해나가는 이 빌드업을 싹 다 들어내고 이들과 관계가 좋아질 만한 별다른 사건 연출도 없이 그냥 도와준다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씬으로 대체해 버리니 이건 뭐지?라는 생각만 들게 된다...
그리고 저 오른편 끝에 서있는 앤더슨의 금발 여자친구는 원작에서는 제정신 아닌 것 같은 행동만 하다가 결국 헤어지고 사라지는데
영화 초반부에서는 오베와 그렇게 말다툼하더니 끝에 가서 도와준다고 저러고 나와있는 거다... 뭐냐 이게...
특히 소설 내내 가장 많은 사건들과 연대감을 쌓아온 페르바네에게 자신의 아기를 위해 만들었던 아기 침대를 선물해 주는 감동적인 신을 그저 말 몇 마디로 퉁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 버린다
페르바네가 감동해서 울먹일 정도로 감동적인 씬이었는데 말이다...
영화 전반적으로 그저 단편적인 사건 묘사만 할 뿐 디테일하고 감정적인 빌드업이 빈약하니 이 신을 감동적으로 넣을 자신이 없었던 거 같다
마지막으로 원작에서는 루네를 돕는 사건을 잘 해결한 뒤 강도를 당하고 죽을 뻔했던 일 등을 거치며 새롭게 이사를 오는 여러 마을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일들을 츤데레 같이 도와주며 나름의 존경심을 얻고 이전보다 훨씬 더 두루두루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4년을 더 살다가 편안하게 죽었을 때 장례식장에 거진 마을 사람들 전부가 찾아올 정도로 모이는 씬이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이런 개연성은 다 개나 줘버리고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장례식장에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왜 저렇게 많이 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오베가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치우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 죽음을 암시하는 신을 다르게 대체할 생각이 안 떠오르니 중요했던 얼어 죽을 뻔한 고양이 때도 쓰지 않은 눈 신을 억지로 집어넣은 티가 나서 맘에 또 안 들었고...
이 정도 연출을 못해낼 거면서 왜 성의 없이 이 영화를 만든 것인지 당최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저 원작의 힘만 믿고 돈 벌려고 대충 만든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 옛날에 해리포토를 읽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지 않은 나는 나름 재미있게 본 영화에 그렇게들 불만들을 토로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 그때도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싶다
'오베라는 남자' 스웨덴 판 영화에 대한 나의 평점은
딱 나의 감동을 반도 못 느끼게 해 준 만큼 5점 만점에 2점을 주려다가 그래도 만든 성의를 생각해서 2.5점이다
잔잔한 빌드업에서 오는 감성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을 훨씬 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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